직매입 구조 스타트업은 왜 망할까? - 캐스퍼 사례
캐스퍼(Casper)는 매트리스를 온라인으로 파는 스타트업이다. 창업 당시 미국의 매트리스 시장은 두 기업에 의해 과점되어 있었는데(Duopoly), 두 기업은 모두 여러 단계의 유통 구조를 거친 제품을 오프라인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매트리스를 사기 위해선 둘 중 한 기업의 매장에 방문해야 했고 막상 방문하면 뭐가 뭔지도 모를 복잡한 설명을 불편하게 듣다가 200만원 짜리 제품이 있고 300만원 제품이 있는데요, 하면 고민하는 척 하다가 200만원 짜리를 그냥 사들고 나왔다.
10년 정도 쓰다가 스프링이 기익기익 소리를 내면 다시 매장으로 가서 10년 전에 들었던 설명을 다시 듣고 또 200만원 짜리 매트리스를 사왔다. 뭐가 뭔지도 모를 제품을 비싼 돈 주고 귀찮게 사야 했다.
캐스퍼는 매트리스를 온라인으로 판매하였다. 복잡한 유통단계를 줄이니 운송비, 인건비, 임대료 등을 절약할 수 있고 그러니 매트리스를 싸게 팔 수 있었다.
제품의 성능도 경쟁 제품들에 못미치지 않았다. 귀찮게 오프라인에 나갈 필요도 없고, 기빨리게 판매원의 복잡하고 기억할 수도 없는 설명을 들을 필요도 없었다.
예쁘게 만들어진 홈페이지의 간결하고 필요한 내용만 담긴 사양 정보를 읽고 구매 버튼만 누르면 되는 새로운 매트리스 기업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창업 28일만에 100만 달러 어치의 매트리스를 판매했고, 3년만에 1억달러 매출을 달성하며 기업가치 1조를 평가받았다.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VC들은 열광했다. 5억달러 이상의 투자를 유치하며 승승장구하던 캐스퍼는 2020년에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했다.
창업 6년만이었다.
그리고 상장 직후부터 주가가 곤두박질치더니 2021년 11월 상장폐지됐다.
왜 그랬을까?
캐스퍼의 웹페이지
BCG의 연구에 따르면 D2C 비즈니스 모델은 (1) 온라인 네이티브 서비스, (2) 자사 웹사이트를 통해 판매하는 유통업체, (3) D2C를 도입하는 소비재 브랜드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중 캐스퍼의 D2C 모델은 (1) 온라인 네이티브 서비스다. 온라인에서 새로운 제품/브랜드를 런칭하고 자사 채널을 통해서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온라인 네이티브 D2C 비즈니스 모델이 갖는 장점은 아래와 같다.
기업 입장 : (1) 운송료, 임대료, 인건비, 수수료 등 각종 비용 절감 (2) 소비자들의 소비 데이터 직접 관리 가능 (3) 소비자 대상 맞춤형 마케팅 가능 (4) 빠르고 저렴하게 시장 진입 가능(GTM) (5) 빠른 테스팅 가능
소비자 입장 : (1) 저렴한 가격
실제로 캐스퍼는 빠르게 시장에 진입하였고,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를 소구했으며 판매 후 피드백을 받아 빠르게 자신의 제품을 개선해나갔다. D2C 기업은 초기 인지도를 올리기 어렵기에 제품이 판매되기 전 과도한 마케팅 비용을 집행하여 사업이 망하는 일종의 죽음의 계곡(chasm)에 빠지기 쉬운데, 캐스퍼는 순식간에 제품 매출을 높혀나갔다. 한번 제품이 팔려나가기 시작하면 지속적으로 현금이 유입되고, 이를 바탕으로 더 많은 소비자에게 접근할 수 있으며, 소비자 간 구전효과(Word of mouth)를 통해 마케팅 비용이 절감되고, 이를 통해 제품 판매가를 낮추고... 선순환의 고리에 들어간 것 처럼 보였다.
상장하기 전까지는 그렇게 보였다. 하지만 막상 상장하니 캐스퍼는 예상과 전혀 다른 기업임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위의 표는 회계년도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캐스퍼의 연간 이익을 보여주고 있다. 매 해 약 1000억원씩 까먹고 있다는 것이 들통난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회계 장부를 뜯어보면 아래와 같은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캐스퍼의 비즈니스 모델 브리프
캐스퍼는 $400를 주고 매트리스를 사온다(COGS). 이를 고객에게 $700를 받고 판다. 그럼 $300이 남는데, 이를 매출 총이익(gross profit)이라고 부른다. 이 비율이 약 40%정도이니 나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애플과 나이키의 매출총이익률이 약 40% 정도이다). 문제는 아직 지출해야 할 금액들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판매비 및 일반관리비, 영업외이익, 상각비, 법인세 등등의 항목을 더 지출하고 나면 이번 분기에 회사가 정말 번 돈(당기순이익)을 도출해낼 수 있다.
그런데 캐스퍼는 많이 파는 만큼 돈을 쓰고 있었다. 파는 것 보다 돈을 더 많이 쓰고 있었다. (1) 소비자들이 직접 제품을 보고 사지 못하니까 관대한 환불 정책을 펼쳤다. 100일 내 조건 없는 환불 정책을 펼쳤고, 실제로 소비자들 10명 중 2명 정도는 매트리스를 반품시켰다. 판매한 매트리스에 20% 정도가 다시 사용할 수 없는 매트리스가 되어 돌아왔다(돈은 전부 환불해줬다). (2) 번 돈(gross profit)을 전부 마케팅/광고비에 소진했다. 특히 (2), 마케팅 및 광고비가 문제였다.
소매 및 유통점을 끼고 장사하는 일반적인 B2C 기업들 역시 마케팅/광고비에 큰 금액을 집행한다. 하지만 (1) 의존성 (2) 비용의 성격에서 D2C 기업과 일반 B2C 기업 간 차이가 존재한다. (1) 일반적인 B2C 기업 역시 마케팅과 광고를 집행하지 않는다면 매출 감소를 경험할 확률이 높다. 하지만 광고를 하지 않아도 제품은 판매된다. 슈퍼마켓, 편의점, 백화점 등 오프라인 채널들의 소비자는 광고에 의해서만 소비하지 않는다. 반면 D2C 기업은 광고 외적으로 자신의 존재감(presence)를 소비자에게 드러낼 방법을 가지고 있지 않다. 독자분이나 독자분의 지인이 구매했을법한 D2C 제품인 클럭(Klug)을 떠올려보자. 광고 엄청나게 많이 하는 그 마사지기는 오프라인 채널에서 판매하지 않는다. 요새는 다양한 온라인 소매점에 입점하기 시작했지만 특히 초반에는 광고를 통해서 밖에 제품을 인지시키고, 판매할 채널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한국 D2C 브랜드의 대표사례 Klug
캐스퍼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특히 페이스북, 구글 애드센스에 매출 대부분을 의존했다.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광고 단가가 급격하게 올랐다는 것이다. 온라인 지면은 한정되어있고 D2C 기업은 늘어났으며 전통적인 기업들 역시 온라인 광고를 늘려나갔다. 온라인 지면의 공급은 한정되어있는데 지면에 대한 수요는 늘어났으니 광고 단가는 계속 높아졌다. 하지만 광고하지 않고 팔 방법은 없었다. 위에서 언급한 구전효과(Word of mouth)의 효과는 전체 매출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었다.
(비 소비재/고관여 제품을 디지털 마케팅에 의존할 경우 발생하는 높은 CAC)
(매출 증가와 광고비 지출이 선형적 관계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본문과 완전 fit한 데이터는 아님))
(2) 거기에, 일반적인 B2C 기업과 달리 D2C 기업의 광고비 지출은 가변비적 성격이 강하다. 즉 제품 1개가 팔릴 때마다 추가로 지출되는 비용이라는 것이다. P&G에서 판매하는 비달 사순 샴푸의 광고를 떠올려보자. TV 광고든, 지하철 광고든, 네이버 쇼핑 라이브든 마케팅 비용은 한번 지출되고 나면 제품의 판매 개수와 무관하다. 하지만 D2C 기업의 광고는 다르다. 제품을 하나 팔기 위해서는 유입되기 위한 광고 하나가 꼭 필요하다. P&G의 광고비 비율은 판매량이 늘어날 수록 감소하는 반면 캐스퍼의 광고는 판매량이 늘어날 수록 함께 증가하는 것이다.
그래서 캐스퍼는 어떻게 이런 문제를 타계하려 했을까? 마케팅에 대한 의존을 줄이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을 늘리고, 퍼포먼스 마케팅(성과 지향 마케팅)보다 브랜드 마케팅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냥 투자받은 돈으로 손실을 메꾸었다. VC에게서 투자받은 5천억은 광고비로 거덜난 곳간을 채우기 위해 사용되었다.
매트리스를 상자에 담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기업들이 우후죽순 등장하기 시작한다
업친데 덮친 격으로 경쟁이 과열되기 시작했다. 캐스퍼와 비슷한 사업모델을 가진 기업들이 수도 없이 생기기 시작했다. 하두 많은 미투(me too) 기업들이 생겨서Mattresses-in-a-box라는 이름을 갖게 된 이 시장은 Winkbed, Saatva, Leesa 등 수십개의 스타트업들로 번잡해지기 시작했다. 이는 매트리스 자체에 특성에 기인한다. 매트리스는 10년에 한번 사는 제품이다. 한번 사면 오래 쓰고, 비싸기 때문에 소비자는 구매 당시 적잖은 탐색 시간을 투자한다. 하지만 (1) 구매 후 큰 문제가 없다면 관여도가 급속히 낮아지고 (2) 다시 구매할 시점에는 지식이 사라진다.
소비자는 온라인을 통해 짧은 시간동안 많은 탐색을 진행하고 싶어한다. 타 업체들도 둘러보고 싶다는 생기는 것이다. 경쟁사가 존재하길 원한다. 다 자기가 좋다는데, 사실 들어도 잘 모르겠다. 결국 얼마나 검색최적화가 잘 되어있는지, 오퍼레이션단을 최적화하여 최저가를 제시하는지, 소비자의 지불의향(WTP)을 잘 파악하는지의 싸움이 되는 것이고 이건 선두업체라고 해자를 마련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영업 이익단도 문제였지만 매출 증대도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매트리스 교체 주기와 과열된 시장 상황을 고려했을 때, 더 많은 판매를 위해서는 해외 진출이 필수적이었다. 하지만 보관 및 운송이 어렵다는 특성, 그리고 퍼포먼스 마케팅에 크게 의존한다는 점에서 해외 진출을 기민하게 진행할 수 없었다. 한국에 비슷한 새 업체가 있다면 더 싸게 더 잘 팔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삼분의 일, 프로젝트슬립 등 기업이 사업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