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리탄)한빛아파트 입주를 환영합니다.

"관리인입니다. 실례가 안되신다면 잠시 시간 되겠습니까? 급한 일이라"
열차 내에서 있었던 일들을 떠오르며 새로 이사 온 한빛아파트, 자신의 호실에서 쉬고있던 중 관리인이라 칭하는 사람이 초인종을 놀렸다.
"별 건 아니고 아파트 이용메뉴얼입니다. 꼭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나는 피곤한 몸을 일으켜 현관문을 열었고, 관리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A4크기의 종이를 대뜸 건네주곤 급하게 자리를 떠났다.
"뭐야.."
순간적인 관리인의 행동에 기분이 나빠진 나는 손에 들린 A4종이를 들어다 봤다.
"한빛열차 일도 그렇고 여기도 그렇고.. 괜히 이사왔나.."
나는 혼잣말로 불평하면서 종이에 써진 내용을 읽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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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우선 저희 한빛아파트에 입주 하신걸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저희 아파트는 관리인의 체계적인 관리로 인해 주민분들에게 보다 좋은 환경을 제공합니다.
이 메뉴얼은 보다 좋은 환경을 제공하라는 관리인의 행동 아레 작성되었습니다. 부디 끝까지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최근 메뉴얼 훼손 및 도난사건이 빈번하게 늘어 저희 관리인이 직접 전달하고 있사오니 이 점 양해 바랍니다.

0. 메뉴얼과 함께 관리사무소 열쇠를 같이 동봉해놨습니다. 혹시 도망쳐야 하거나 예기치 못한 상황발생 시 관리사무소로 달려간 뒤 들어가 문을 잠궈두십시요. 그리고 절대 그 누구에게도 문을 열어주지 마십시요.

1. 한빛아파트는 101동부터 103동까지 있습니다. 만약 104동을 보신 주민분들은 동요하지 마시고 평소대로 행동해 주시기 바랍니다. 104동을 보고 동요하던 주민분들은 현재까지도 행방불명 상태입니다.

2. 단지 내 못 보던 전신거울을 발견하신 주민분들은 최대한 가까이 가지마시고, 뒤로 돌아 관리사무소로 달려가주시기 바랍니다.
해당 전신거울은 아무도 가까이 가지 않은 한 대략 하루 뒤면 없어져있을겁니다.

3. 저희 관리인은 그 어떤 때라도 관리사무소 초인종을 누르지 않습니다. 만일 당신이 관리사무소에 숨어있는데 관리인이 초인종을 누르며 문을 열어달라 부탁할 시 모든 창문에 달려있는 커튼을 치진 뒤 방 안에 배치 되 있는 침대에서 한 숨 주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최소한 관리사무소는 안전 할 겁니다.

4.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외출 및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습니다. 만일 해당 시간 내에 출입을 하려는 주민분들은 죄송하지만 길거리에서 노숙을 하시거나, 모텔이나 호텔을 잡아 하루 묶길 추천드립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해당 시간 내에 외출 및 출입을 엄격히 금합니다.

5.당신에게 호의적인건 관리인 뿐입니다. 만약 주민분들이 당신에게 호의적이라면 즉시 관리사무소로 달려가 3번 항목처럼 행동을 취해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이 문항을 부정하는 항목은 무시하시길 바랍니다.

6. 엘리베이터의 4층은 F라고 표시되어있슴니다. 만일 4층버튼에 F가 아닌 4라고 표시된 엘리베이터안에 계신다면 동요하지 마시고 즉시 엘리베이터를 빠져나와 관리사무소로 달려가는 걸 추천드립니다. 이때 뒤를 보는 행동은 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7. 당신의 호실에 도착할 시 무언가 이질감이 느껴진다면 바로 호실을 빠져나와 주변 주민분에게 도움을 요청하십시요. 그는 성심성의껏 당신을 보필할 겁니다. 절대 관리인의 말을 100% 믿지마십시요. 그들은 한명이 아닙니다.

8. F층은 빈방이 많습니다. 빈방인 호실은 현관문에 별도로 ★문항을 표기했습니다. 해당 문항이 표기된 호실에서 들리는 모든 소리와 모든 냄새는 무시하시길 바랍니다. 또한 빈방을 지나갈 땐 가급적이면 들키지 않게 조용히 지나가 주시길 바랍니다.

이상으로 한빛아파트 입주자 메뉴얼이었습니다.
앞으로도 보다 나은 환경을 제공하는 한빛 아파트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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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섬뜩해 보이는 메뉴얼을 읽다 보니 괜스레 소름이 돋았다.
"괜히 찝찝하게 이게 뭐야.."
기분만 이상해진 나는 거실에 배치되 있는 쇼파에 누웠다.
"그러고보니 일주일 뒤면 전에 지원한 도서관에 출근해야되네.. 귀찮아라.."
나는 한숨을 푹 쉬면서 텔레비전 검은화면에 반사된 거실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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